건강 에세이

손목터널증후군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팔꿈치터널증후군이었다.

Bodynal.바디날 2025. 8. 1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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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이 시큰거리고 손가락이 저릿한 증상이 있었다

컴퓨터를 오래 하는 직군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흔한 증상이 있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손목이 시큰거리고 손가락이 저린다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마우스를 많이 쓰는 오른손에 그 증상이 있다. 오른손이 너무 저려서 왼손으로 마우스를 잡으면 잠시 나아지긴 하지만, 이내 왼손도 저릿해지기에 마우스 자체를 버티컬 마우스로 바꿔 쓰기 시작했었다. 다년간 내 손에 맞는 N개의 버티컬마우스를 찾아 써보면서 본 효과는 손목이 시큰거리는 것은 좀 나아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손가락이 저릿한 증상은 여전했다. 파스를 바르거나 손목 보호대도 써보아도 증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아 버티고 버티다 결국 병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어느 병원을 가야할지 몰랐다

6년 전, 당시의 나는 살아온 곳이 아닌 타지에서 일을 했었기에 괜찮은 병원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평상시에 몸이 아파봤자 감기나 장염 정도 수준이라 주로 내과나 이비인후과만 갔었는데, 이 증상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몰랐기도 했었다. 그러다 뉴스에서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정형외과 의사가 설명하는 장면을 봐서 무작정 인터넷에서 정형외과를 검색하여 찾아갔었다. 그래도 정형외과 의사가 3~4명, 신경외과 의사도 1명 정도 있고 수술도 하는 곳이라 잘 봐줄 거라 생각했었다.

스마트폰으로 병원을 검색하며 길 위에서 고민하는 순간

정형외과 의사가 나를 보지 않고 처방을 내렸다

혼자서는 대부분 작은 의원만 다녔던 나로서는 건물 하나가 통째로 정형외과인 곳은 처음이었다.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꽤 조용하고 서늘한 분위기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를 떠나 지금까지도 내 평생 그렇게 표정이 어두운 직원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병원이다. 꽤 오랜 기다림 끝에 진료를 받으러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이 모니터를 보며 어떤 증상으로 왔는지 물었기에 나의 증상을 설명해 주었다. 뼈에 이상이 있는지 보기 위해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더하여 한 번에 진단을 내리기는 어려우니 3회 정도는 방문해야 할 거 같고 체외충격파와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권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진료실을 나올 때까지 그 의사 선생님은 나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당시에 기분이 좀 묘하긴 했지만, 일단 후기는 좋아 보였던 곳이라 하라는 대로 치료를 받았다. 놀랍게도 그분이 내 얼굴을 본 건 3회차 체외충격파와 물리치료를 받고, 4회차 방문했을 때였다.

4회차 방문이 되어서야 나의 손과 손목, 팔, 목 등을 살펴보며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간단한 수술로 금방 나아질 수 있으니 잘 생각해 보라고 말씀을 주셨고, 수술을 원하지 않으면 계속 체외충격파와 물리치료를 받거나 매일 스트레칭을 해서 천천히 낫는 방법이 있다고 하였다. 그때까지 그 병원에 가면서 처음으로 내 얼굴을 처음보고, 처음으로 팔을 만져 본 의사의 말에 왠지 신뢰가 가지 않아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고 나왔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면 좀 나아졌다

 

그 이후로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당시 정형외과에서 받았던 체외충격파는 1회당 무려 14만원 정도의 고액이었다. 벌이가 그리 좋지 않았던 내 입장에서는 꽤 부담스러웠던 금액이었고, 스트레칭 만으로는 증세가 나아지지 않길래 한의원을 찾아갔다. 한의사 선생님은 내 눈을 바라보고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포함하여 증상에 대한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 후 몇 가지 질문을 한 이후에 손가락부터 시작하여 손목, 팔꿈치, 목 뒤까지 침을 찔러 주었다. 그리고 말을 곁들였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진단받았다 하여 그 위치에 맞게 침을 놓긴 하였으나,
불편함을 말씀하신 위치와 진단명의 증상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지금은 이렇게 받아보고 다시 한 번 와보시죠

침을 맞고나니 증상이 좀 완화된 것 같지만, 약지와 새끼손가락의 저림이 크게 가시지 않았다. 일주일 뒤에 다시 그 한의원에 찾아 경과를 말씀드렸고 이번에는 진단명에 따라 침을 놓는 것이 아니라, 내 증상에 맞추어 놓아주셨다. 새끼손가락부터 손목, 팔안쪽을 따라 팔꿈치, 그리고 목뒤까지. 글로 써보니 지난번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침을 맞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미묘하게 다른 위치에 꽂았다는 것을. 그 이후에는 그 한의원을 계속 찾아갔다. 손가락 저림이 꽤나 사라졌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2~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가게 되었다.

타 지역으로 직장을 옮겨 다른 한의원에 갔다

한 3년쯤 그 한의원을 다녔던 것 같다. 이전에 정형외과에서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니, 섣불리 다른 진단을 내리지 않았던 분이셨지만 기회가 되면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진단을 받아보라는 조언을 주었던 그 한의사가 내심 신뢰가 되었던 것 같다. 믿고 계속 가고 싶었었지만, 시와 도를 넘나드는 거리의 타 지역으로 이직하게 되어 그곳에 더는 가지 못하게 되었다.

새 직장에 가서 일을 하면서 또 스트레칭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였다. 핑계를 대자면 새로운 일터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보니 힘들어서이다(웃음). 버티고 버티다 직장 근처의 한의원을 찾아 또다시 손목터널증후군을 언급하고, 이전 한의원에서 어떻게 침을 맞았는지 설명을 했다. 따뜻한 눈빛으로 내 설명을 듣던 이번 한의사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의 증상과 손목터널증후군은 매칭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한의사분도 내 증상에 맞추어 침을 놔주었고, 그 위치는 이전에 다녔던 한의원과 거의 같았다.

신경외과로 한 번 가서 진료를 받아보시겠어요?

새로 만난 한의사 선생님을 두 번째 만났을 무렵, 그 날도 진료실에서 내 손목과 팔, 팔꿈치를 눌러보던 한의사가 조언을 주었다. 침을 맞으면 당장의 불편함은 좀 나아질 수 있기는 하지만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는 거라고. 근처에 괜찮은 곳들 많으니 아무 곳이나 편한 곳으로 가서 진단을 받기를 권하였다.

파란색 재킷을 입은 남성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병원 검색을 하는 장면을 수채화로 표현한 일러스트. 배경에는 정형외과, 한의원, 신경외과 간판이 흐릿하게 보인다.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신경외과에서 팔꿈치터널증후군 진단을 받던 순간

신경외과에서 '팔꿈치터널증후군'을 진단받다.

 

이 때 '신경외과'를 인터넷에서 처음으로 검색해 봤었던 기억이 있다. 큰 병원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개인의원으로 신경외과 간판을 걸고 있는 곳들도 더러 있더라. 굳이 멀리 가지는 않았고, 찾아보니 직장에서 길 건너에 있는 곳에 있어 퇴근하고 찾아갔었다. 이번에 갔던 신경외과는 로비 분위기부터 따뜻했다. 직원들도 친절했고, 의사 선생님도 장난기가 조금 얹어진 친근함이 있는 분이었다. 이 선생님에게도 앞서 손목터널증후군을 진단받은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한의사에게 침을 맞은 이야기. 그리고 어떤 증상이 있는지를 설명했다. 여러 번 설명했더니 증상에 대한 설명이 술술 나오더라(웃음). 설명을 들은 의사 선생님이 내 오른팔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돌려도 보고, 어떤 자세일 때 내 입에서 '악' 소리가 나는지 보더니 바로 진단을 내렸다. 

이건 팔꿈치터널증후군이예요.

눈을 동그랗게 뜬 내 모습을 본 의사 선생님은 이내 미소를 그렸다. 대부분 손목터널증후군이라 생각해서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손목터널증후군과 팔꿈치터널증후군은 증상 위치가 다르다며 인터넷에서 팔꿈치터널증후군을 영어로 검색하여 사진을 보여주셨다. 그 의학적 그림에서 하이라이트 된 부분들이 딱 내가 불편함을 느끼던 곳들이었다. 이번 의사 선생님은 시각 자료와 더불어 어떻게 스트레칭을 하면 되는지 몸소 보여주고, 내가 잘 따라 하는지 살펴봐 주었다. 자기를 자주 보는 것은 몸이 아프다는 증거이니 앞으로 웬만하면 다시 보지 말고, 그래도 심한 편은 아니라 알려준 대로 스트레칭하면 될 것 같다고 한다. 모르는 부분은 요즘 구글 검색하면 잘 나오니 그대로 하라더라(웃음). 하지만 이왕 온 거 아픈 부분은 후딱 나을 수 있게 오늘 온 김에 체외충격파를 한 번 받고 가라고 했다. 회당 7만 원이었다.

그 이후...

3~4년 만에 손목이 아니라 팔꿈치터널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나. 그 이후에는 신경외과 의사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스트레칭하며 잘 지내고 있다. 물론, 한창 야근하느라 집에서 쓰러져 자는 기간이 반복될 때에는 지금도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아가며 긴급처방을 하긴 한다. 그래도 이전처럼 통증이라 여겨질 정도는 아니라 크게 불편하지 않으며, 스트레칭만 꾸준히 하면 불편함이 없기에 지금도 간간히 팔꿈치를 펴주고 글을 쓰고 있다.

이 긴 글을 여기까지 읽으시는 분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손목과 팔꿈치터널증후군의 차이를 알고 싶은 분을 위하여 얼마 전에 쓴 포스팅 글을 덧붙인다.

 

손목터널증후군·팔꿈치터널증후군 원인, 증상, 예방법, 치료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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